테니스를 시작한지 5년차인 테린이 입니다. 테니스는 좋은 운동인 건 알겠는데 은근히 부상을 자주 당하더라구요. 특히 테니스 엘보로 몇달간 라켓도 못잡을 정도로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테니스 엘보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테니스 엘보로 진단받은 사람 중 실제로 테니스를 치는 사람은 5~10%에 불과합니다(Rev Bras Ortop, Lateral epicondylitis of the elbow). 나머지는 마우스를 오래 쓰는 사무직, 공구를 반복해 쥐는 기술직, 주방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름이 붙은 유래와 실제 환자층이 이렇게까지 어긋나는 질환도 드뭅니다.
그런데 이름의 함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오해는 뒷부분, ‘-염(炎)’이라는 글자에 있습니다.
외측 상과’염’이라는 이름이 만든 오해
정식 명칭인 외측 상과염(lateral epicondylitis)의 어미 ‘-itis’는 염증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 병을 처음 접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염증을 가라앉히면 낫는 병”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실제로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가 1차 선택지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술 중 채취한 힘줄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연구들은 다른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Kraushaar와 Nirschl의 관찰에 따르면, 증상이 막 시작된 초기 단계에서는 일시적인 염증 반응이 보이지만 만성으로 넘어간 조직에서는 염증 세포가 아니라 콜라겐 섬유의 붕괴, 세포 수 증가, 비정상적인 혈관 증식이 관찰됩니다. 이를 혈관섬유모세포성 퇴행(angiofibroblastic degeneration)이라 부르며, 그래서 힘줄염(tendinitis)보다 힘줄병증(tendinosis)이 더 적절한 용어라는 것이 현재의 정리입니다(Rev Bras Ortop, 위 자료 / Management of lateral epicondylitis, ScienceDirect 리뷰).
쉽게 말하면 불이 난 게 아니라, 낡은 밧줄의 섬유가 풀려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불을 끄는 방식의 치료가 통증은 빠르게 줄여도 밧줄을 다시 꼬아주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가 답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사 치료 후 6주와 1년의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2013년 JAMA에 실린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6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 환자 165명을 스테로이드 주사군과 위약(생리식염수) 주사군 등으로 나눠 1년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직관과 반대였습니다. 1년 시점에 완전 회복 또는 현저한 호전에 도달한 비율은 **스테로이드 주사군 83%, 위약 주사군 96%**였고, 1년 재발률은 **스테로이드 주사군 54%, 위약 주사군 12%**였습니다(Coombes BK et al., JAMA 2013;309(5):461-469).
2002년 Lancet에 실린 연구는 시간에 따른 역전 현상을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물리치료, 그리고 아무 적극적 처치를 하지 않고 지켜보는 세 그룹을 비교했더니, **6주 시점의 성공률은 주사 92%, 물리치료 47%, 지켜보기 32%**로 주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52주 시점에는 주사 69%, 물리치료 91%, 지켜보기 83%**로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Smidt N et al., Lancet 2002;359:657-662).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 수치들은 “스테로이드 주사는 나쁜 치료”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장 다음 주에 시험이 있거나,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 재활 운동조차 시작할 수 없는 상태라면 초기 6주의 극적인 완화는 분명한 값어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몇 달 걸려도 괜찮으니 재발 없이 끝내고 싶은 상황이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논문의 진짜 메시지가 “주사를 맞지 말라”보다 “주사로 통증이 사라진 6주 동안 무엇을 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증이 없어진 김에 예전 강도로 팔을 쓰기 시작하면 힘줄은 그대로인데 부하만 돌아오는 셈이니까요.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해석이고, 주사 여부는 증상 기간과 직업, 통증 정도를 함께 본 담당 의사의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 병인가
미국물리치료협회 산하 학회가 2022년 발표한 진료지침은 이 질환을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향이 있는 상태로 설명하면서도, 재발률이 높고 그로 인한 결근 기간이 길다는 점을 근거로 적극적인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정리합니다(Lucado AM et al., JOSPT 2022;52(12):CPG1-CPG111).
두 가지를 동시에 기억해야 합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사실은 조급함을 덜어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의 Lancet 연구에서 지켜보기 그룹의 52주 성공률이 83%였다는 건, 뒤집으면 1년이 지나도 낫지 않은 사람이 6명 중 1명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팔꿈치 재활을 위한 3단계: 부하를 다시 견디게 만들기
2022년 진료지침이 제시하는 재활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증상의 과민한 정도가 가라앉으면 점진적 저항운동으로 힘줄의 부하 수용력을 회복시키고, 필요하면 어깨와 견갑골을 포함한 상지 전체의 운동 사슬까지 포함시키라는 것입니다(JOSPT 2022 진료지침).
다만 운동치료의 결과에 대한 과장은 피해야 합니다. 30개 임상시험, 2,123명을 모은 메타분석은 운동 치료가 수동적 치료(전기치료, 초음파 등)보다 나은 결과를 내지만 효과 크기 자체는 작다고 보고합니다(Karanasios S et al., Br J Sports Med, 2021). 운동이 마법의 해법이라서가 아니라, 현재 선택지 중 가장 덜 나쁜 근거를 가진 방법이라서 1차 선택지가 되는 것입니다.
1단계 — 등척성 수축: 움직이지 않고 힘만 주기
관절을 움직이지 않은 채 근육에만 힘을 주는 방식입니다. 힘줄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통증이 예민한 초기에 부하를 주면서도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책상에 아픈 쪽 팔뚝을 올리고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게 둡니다. 반대쪽 손으로 손등을 눌러 저항을 만들고, 아픈 쪽 손목을 위로 젖히려는 힘을 주되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게 버팁니다. 한 번에 수 초에서 길게는 1분 가까이까지, 감당할 수 있는 저항으로 하루 몇 차례 반복합니다.

2단계 — 점진적 저항운동: 무게를 다시 들어가기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실제로 손목을 움직이며 부하를 늘립니다. 0.5~1kg의 가벼운 덤벨이나 물을 채운 페트병으로 시작해, 손목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버티는 동작(원심성 운동)을 시행합니다.
한동안 원심성 운동이 힘줄병증 재활의 표준처럼 소개돼 왔지만, 최근에는 원심성만 고집할 근거는 부족하고 핵심은 점진적으로 부하를 늘려가는 것 자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원심성이든 등척성이든 무거운 저항을 천천히 다루는 방식이든, 지난주보다 이번 주에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3단계 — 통증을 완전히 피하지는 않되, 기준을 정하기
힘줄병증 재활에서는 통증을 0으로 만들고 운동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환자 본인이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의 통증까지는 허용하면서 부하를 주는 접근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운동 다음 날까지 통증이 남거나 아침에 더 뻣뻣해진다면 그 주의 강도가 과했다는 신호로 보고 적절히 강도를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무엇으로 확인할까
결론적으론 정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수치를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인 판단이 근거가 됩니다. 주관적인 느낌만으로는 나아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진료지침은 임상에서 **통증 없이 낼 수 있는 악력(pain-free grip strength)**과 테니스 엘보 전용 설문(PRTEE)을 치료 시작 시점과 이후 추적 시점에 측정하도록 권고합니다(JOSPT 2022 진료지침). 집에서라면 악력계까지는 아니어도 “통증 없이 들 수 있는 물건의 무게”나 “통증 없이 마우스를 쓸 수 있는 시간”처럼 숫자로 남는 지표를 하나 정해 매주 기록해 두면, 강도를 올릴지 말지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팔꿈치 바깥쪽 통증이 전부 테니스 엘보는 아닙니다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야 합니다. 2022년 진료지침도 감별진단을 별도 항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JOSPT 2022 진료지침). 특히 손가락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함께 있거나, 밤에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이 있거나, 목·어깨에서 팔로 내려오는 양상이라면 신경 문제나 경추 질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앞의 임상시험들이 대상으로 삼은 환자는 대부분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된 경우입니다. 다친 지 며칠 되지 않은 급성 통증에 이 결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몇 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위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가 재활을 이어가기보다 정형외과 또는 재활의학과에서 초음파 등으로 힘줄 상태를 확인받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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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Coombes BK, Bisset L, Brooks P, Khan A, Vicenzino B. Effect of corticosteroid injection, physiotherapy, or both on clinical outcomes in patients with unilateral lateral epicondylalgi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013;309(5):461-469. https://pubmed.ncbi.nlm.nih.gov/23385272/
- Smidt N, van der Windt DA, Assendelft WJ, et al. Corticosteroid injections, physiotherapy, or a wait-and-see policy for lateral epicondyliti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2002;359(9307):657-662. https://pubmed.ncbi.nlm.nih.gov/11879861/
- Lucado AM, Day JM, Vincent JI, et al. Lateral Elbow Pain and Muscle Function Impairments: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J Orthop Sports Phys Ther. 2022;52(12):CPG1-CPG111. https://pubmed.ncbi.nlm.nih.gov/36453071/
- Karanasios S, Korakakis V, Whiteley R, et al. Exercise interventions in lateral elbow tendinopathy have better outcomes than passive interventions, but the effects are small: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2123 subjects in 30 trials. Br J Sports Med. 2021.
- Lateral epicondylitis of the elbow (updating article). Rev Bras Ortop. https://www.scielo.br/j/rbort/a/cbgzW9vY7crvSrTk94f7fXN/?format=pdf&lang=en
- Management of lateral epicondyliti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877056819302609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주사 치료 여부의 결정은 반드시 담당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